240331 여기, 피화당 낮공(15:00)

2024. 4. 2. 13:44

 

후야 한번 더 보고 싶어서 갔다. 인지가은비가 거센 바람 속에서도 단단히 서 있는 가은비라면 다시 본 후가은비는 바람 앞에 위태하게 서 있는 촛불이더라. 잠시라도 바람이 세게 불면 휘청이면서 꺼질듯한 삶을 글 쓰는걸로 버텨왔던 후가은비. 삶을 바꿀거란 거창한 목표를 가진건 아니지만 붓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잠시나마 괴로운 삶을 잊는거 같았어. 아직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고 숨긴채 살아가는 후가은비라 이제 홍제천 냇물에 못가나요?! 하는 계화의 말에 매화가 화를 내도 가운데서 어찌할 줄 모르고 서있더라. 계화를 어떻게 위로해야할지도 매화에게 화를 내지 말라고 말할 수도 없어서 안절부절한테 서 있다가 그저 어깨만 토닥여주고 자리를 피해.

 

그렇게 피하기만 했던 사람이 후량의 이야기를 듣고 다짐을 해. 나같은 사람이. 고작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게 다인 나같은 사람이 그 겨울의 이야기를 써도 되는걸까. 아픔을 다시 볼 용기가 없던 사람이 붓을 들고 한글자 한글자 써내려가. 두렵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후가은비의 손동작에서도 결연함이 느껴져서ㅠㅠㅠㅠㅠㅠ 후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용기를 내서 글을 써내려갔는데 다시 도망자 신세가 됐고 후량을 다시 만나 자책하던 후가은비도 슬픈데 좋았다. 그래, 나 같은 사람이 글따위를 쓴다고 해서 이 사단을 만들었다며 본인을 엄청 자책하는거 같았어. 힘겹게 버티던 삶이 다시 위태해져서 더 가시 세우는거 같았고ㅠ 자결하려는 매화를 막아내고 보람매화는 한스러워서 엉엉 소리내서 우는데 후가은비는 매화를 도닥여주며 눈물만 삼켜. 소리죽여 우는 사람과 소리내 우는 사람의 곡소리가 서글펐다. 나라가 백성을 지켜주지 못했는데 왜 백성들이 서로를 껴안고 울고 있어야하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지껏 아픔을 숨기고 슬픔을 삭이고 산 후가은비는 소리내서 우는 계화랑 매화랑 다르게 혼자서 뒤돌아서 계속 눈물 훔치고 우는 소리도 못내더라. 나윤계화가 글을 쓰다가 더 울컥해서 우니까 계화쳐다보다가 또 뒤돌아서 눈물 훔치던 후가은비. 아씨 그냥 우세요...ㅠㅠㅠㅠㅠ 소리내서 울어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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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이야기를 써 내려가다 다짐하듯 이야기 속에 나는!!!! 외치던 나윤계화. 계화는 계속 홍제첫 냇물에 손을 씨속 상처를 숨기고 소꿉친구인 강아지한테 지금의 내 모습은 잊어달라고 말할정도로 자신을 계속 숨겨. 그런 계화가 셋 중 처음으로 나서서 말해. 이야기 속에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길.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길. 

 

학교에서 박씨전이나 판소리, 마당놀이극을 배울 때 꼭 나오는 말이 있잖아.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대신 이룬다고. 소원을 글에 담고 그걸 보면서 통쾌해하며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지금의 모든 이야기들도 그렇지만 박씨전에서 오랑캐들을 소탕하는 세 여인들을 보니 그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제야 알겠더라. 그 당시 사람들이 가장 바랬던 삶이 무엇인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하면 어떡하죠? 말도 안되는 일이라도.. 말도 안되는 꿈이라도....! ~살아나 피화당~

 

하튼ㅎ 

사람들의 바람이 담긴 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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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쓰고 싶어. 나가자. 밖으로 나가기 전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마음을 먹으며 한발자국 내딛던 후가은비. 앞으로 걸어갈 길이 눈물로 얼룩진 길이라도 걸어가겠다는 세 명의 여인들. 

 

후가은비 자첫땐 우리망아지 이렇게 컸어ㅠㅠㅠ(주책) 했는데 자둘하니 진짜 우리 망아지 감정표현이 이렇게 섬세해졌지ㅠㅠㅠㅠㅠ 후야의 큰 장점은 강한 캐릭터성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여리고 겨우겨우 살아가는 촛불같은 감정을 찬찬히 보여줄만큼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졌구나. 후야8ㅁ8....... 김이후ㅠ!!!!!!!!! 사랑해 우리망아지 채고다 지쨔ㅠㅠㅠ

 

정말정말 개뻘이지만 후가은비 계단 내려올때마다 치맛단 잡는 손과 살짝 내린 시선과 내려오는 발걸음까지 너무 고와서 좋다면ㅠ 김이후ㅠ222222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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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계화 사람이 이렇게 뼝아리 같을 수 있음??? 이렇게 뽀쟉하니 사람이 귀여울 수 있음? 일케 귀여워도 됨??? 

후량이 찾아와서 매화가 나가본다니까 아가씨!!!!!!!!!!!(다급)하게 부르곸ㅋㅋㅋㅋㅋㅋㅋ 봇짐 두고 간 강아지 다시와서 전달해주면서 나 갈께~~ 해놓고 강아지가 얼어서 어어... 하고 반응 없으니까 입삐죽이면서 나가는데ㅠ 나간다니까아? 하면서 강아지쪽 쳐다보면서 천천히 걸어가는거 대졸귀. 강아지가 백옥 전해주니까 넘나 해사하게 웃으며 좋아하고 백옥 얼굴에 품고 가는거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뼝아리같은 사람 뭐냐고 대체 너무 귀여워귀여워하다가 박씨전에서 박력 넘쳐ㅠㅠㅠㅠㅠㅠ 미친거아냐사람이귀엽고사랑스럽다가 백리밖의 오랑캐들도 다 쫓아낼만큼의 박력과 기개를 동시에 가져도 되는거임?????? 나윤계화아아ㅏㅏㅏㅏㅏㅏ 네 이놈 용-골-대-야-! 우렁차고 기개가 호랑이라구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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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람 이 멋있는 사람... 설중매할때도 멋있는 사람... 이 멋있는 사람이 나디아라니.. 나디아라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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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전 처음 시작할 때 계단에서 매화랑 계화 앉아서 티격태격하는거 왤케 귀엽냨ㅋㅋㅋ 보람매화 나윤계화 강아지 보라고 놀리는거 아주 재밌어함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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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넘버랑 다시 도망갈때 부르는 넘버가 넘 슬픈데 세명의 화음이 너무 좋다면.. 창작산실이라 이번엔 가망없다해도 다음시즌에 오슷이 나올 수 있다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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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후량과 모두가 맞인사 하는것도 좋지만 세명의 여인들이 마주보고 정중히 인사하는것도 좋다. 신분 상관없이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었기에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고 존중하는 의미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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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에 악역이 나오지 않고 나라가 힘이 없어서 지키지 못한 백성들의 이야기여서. 근데 그 이야기가 현재를 사는 우리의 처지와 다르지 않아서. 수백년이 흘렀음에도 여성들의 가치가 달라지지 않았어서 속이 상했다. 저 때도 여인들은 타국에 끌려간 피해자들인데 손가락질 받아야했나. 겨우 숨만 붙어 살며 사는 세명의 여인들이 눈물길이어도 앞으로 나가겠다고. 약자를 서로 끌어안고 살겠다고 말해서 벅차고 한편으로 또 슬프고 뭉클했다. 그런 이야기여서 피화당 사랑했어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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