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21 폭풍의 언덕

2021. 3. 24. 17:32

 

2월달에 히드클리프 보고 불호 뜬 사람들 폭풍의 언덕 보러 가라는 글에 영업되서 보러갔다 옴.

매우매우 재밌었고, 캐시 죽고 이야기 끝나는 줄 알고 있다가 계속 이어지길래 잉? 하고 잠깐 집중 풀렸지만...! 그 때 잠깐. 마지막에 히드클리프를 보며 울던 넬리, 악마가 영혼을 데려갔구만, 데려가려면 육체까지 데려가지. 하고 히드클리프의 죽음을 염세적?으로 다루던 조셉까지 다 좋았다. 특히 조셉의 시니컬함...이라 해야할지 퉁명스러움이라 해야할지... 히드클리프를 어릴적 부터 봐왔음에도 일말의 정을 주지 않았다는게 잘 보여서 마지막까지 정을 준 넬리의 모습이랑 많이 비교되더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조셉처럼... 그를 그냥 악마라고만 칭했겠지. 

 

 

지난 히드클리프때도 느꼈는데... 넬리한테 잘해라 이것듀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고 넬리ㅠㅠㅠㅠㅠㅠㅠ 넬리는 전생에 무슨 죄가 있어서 그 집안의 시중으로 들어간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 넬리ㅠㅠㅠㅠㅠㅠㅠ

 

 

창작산실 히드클리프를 봤을 땐 그의 복수가 밍숭맹숭했다. 눈 돌아가서 복수해야하는거 아냐!? 했는데 여기서도 복수하는게... 많이... 안 나오더라고...? 음?ㅅ? 애초에 원작에서 히드클리프의 복수가 큰 비중이 없는건가 했는데 캐시가 죽은 이후를 보니 '복수'가 중요한게 아니었더라. 결론적으로 따지면 히드클리프는 린튼과 언쇼 집안의 재산을 모두 가졌고, 자신을 괴롭혔던 힌들러한테도 되갚아줬고 캐시를 흔들었으니 복수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어. 그래서 히드클리프한텐 뭐가 남았지. 사랑에 눈이 멀어서 미워하고, 증오하고, 처절하게 후회하고. 마지막까지 상처받아 아파하고. 사랑이 뭐라고.

 

 

히드클리프가 캐시에게 했던 행동이 돌고 돌아 스스로의 가슴을 찌르더라. 캐시도 히드클리프를 버린 벌을 받았지만, 정신착란으로 미쳐버림으로서 자신을 갈기갈기 찢은 히드클리프한테 또 다른 복수를 하는구나. 용서하라는 캐시의 말이 비수처럼 히드클리프한테 꽂히지 않았을까. 자기가 지금 무슨 멍청한 짓을 한걸까 하면서. 

 

 

키스해줘, 내 눈이 보이지 않게.

 

 

캐서린과 히드클리프가 달리던 황야. 의자로 황야를 표현한게 너무 좋았다. 파도처럼 배우들 손에 들렸다 내려갔던 의자.

그 의자가 다리가 됐다가, 어떤 언덕이 됐고, 어떤 얕은 골짜기가 됐다. 신기하게 또 그렇게 보였다. 큰 무대장치 없이 의자만으로도 이렇게 공간이 표현되는게 새삼 신기했다. 무대예술, 연출이란게 이런거지...!(급 뽕참)

 

 

힌들러가 히드클리프한테 폭력 휘두르는거 굳이 시각적으로 안 보여줘서 좋았다. 그 대신 청각적인 소리가 어마무시했지만... 나중에 두 배우의 눈빛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증오가 보여서 좋았음. 인물들이 죽었을 때 그 인물들이 입었던 옷가지가 남아있는것도. 

 

 

폭풍의 언덕 보고 오니까 이미 관극한지 한달이 지난 극이 더 불호가 된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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