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21 폭풍의 언덕
2월달에 히드클리프 보고 불호 뜬 사람들 폭풍의 언덕 보러 가라는 글에 영업되서 보러갔다 옴.
매우매우 재밌었고, 캐시 죽고 이야기 끝나는 줄 알고 있다가 계속 이어지길래 잉? 하고 잠깐 집중 풀렸지만...! 그 때 잠깐. 마지막에 히드클리프를 보며 울던 넬리, 악마가 영혼을 데려갔구만, 데려가려면 육체까지 데려가지. 하고 히드클리프의 죽음을 염세적?으로 다루던 조셉까지 다 좋았다. 특히 조셉의 시니컬함...이라 해야할지 퉁명스러움이라 해야할지... 히드클리프를 어릴적 부터 봐왔음에도 일말의 정을 주지 않았다는게 잘 보여서 마지막까지 정을 준 넬리의 모습이랑 많이 비교되더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조셉처럼... 그를 그냥 악마라고만 칭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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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히드클리프때도 느꼈는데... 넬리한테 잘해라 이것듀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고 넬리ㅠㅠㅠㅠㅠㅠㅠ 넬리는 전생에 무슨 죄가 있어서 그 집안의 시중으로 들어간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 넬리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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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산실 히드클리프를 봤을 땐 그의 복수가 밍숭맹숭했다. 눈 돌아가서 복수해야하는거 아냐!? 했는데 여기서도 복수하는게... 많이... 안 나오더라고...? 음?ㅅ? 애초에 원작에서 히드클리프의 복수가 큰 비중이 없는건가 했는데 캐시가 죽은 이후를 보니 '복수'가 중요한게 아니었더라. 결론적으로 따지면 히드클리프는 린튼과 언쇼 집안의 재산을 모두 가졌고, 자신을 괴롭혔던 힌들러한테도 되갚아줬고 캐시를 흔들었으니 복수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어. 그래서 히드클리프한텐 뭐가 남았지. 사랑에 눈이 멀어서 미워하고, 증오하고, 처절하게 후회하고. 마지막까지 상처받아 아파하고. 사랑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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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클리프가 캐시에게 했던 행동이 돌고 돌아 스스로의 가슴을 찌르더라. 캐시도 히드클리프를 버린 벌을 받았지만, 정신착란으로 미쳐버림으로서 자신을 갈기갈기 찢은 히드클리프한테 또 다른 복수를 하는구나. 용서하라는 캐시의 말이 비수처럼 히드클리프한테 꽂히지 않았을까. 자기가 지금 무슨 멍청한 짓을 한걸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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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해줘, 내 눈이 보이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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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과 히드클리프가 달리던 황야. 의자로 황야를 표현한게 너무 좋았다. 파도처럼 배우들 손에 들렸다 내려갔던 의자.
그 의자가 다리가 됐다가, 어떤 언덕이 됐고, 어떤 얕은 골짜기가 됐다. 신기하게 또 그렇게 보였다. 큰 무대장치 없이 의자만으로도 이렇게 공간이 표현되는게 새삼 신기했다. 무대예술, 연출이란게 이런거지...!(급 뽕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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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들러가 히드클리프한테 폭력 휘두르는거 굳이 시각적으로 안 보여줘서 좋았다. 그 대신 청각적인 소리가 어마무시했지만... 나중에 두 배우의 눈빛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증오가 보여서 좋았음. 인물들이 죽었을 때 그 인물들이 입었던 옷가지가 남아있는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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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보고 오니까 이미 관극한지 한달이 지난 극이 더 불호가 된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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